본문 바로가기

그냥저냥

7년키운 수세미 이야기

반응형

우연히
가짜 마리모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꾀나 긴글이였는데 빨려들 듯이 읽었다.
블로그는 이렇게하는 것이란 것을 배우면서
가짜라는 얘기에 충겨 먹었다.

 


나에겐 7년키운 마리모가 있다.
이름은 마리.
나의 20대를 다 바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너는 저 작은 집을 꽉채울만큼 자랐어야 할 텐데
항상 그대로였지..

 


바로 처형식에 들어갔다.

너가 진짜 마리모라면
햇빛에 죽어 노랗게 되겠지.
나는 마음이 안 좋겠지만
진짜였구나하고,
너를 의심해서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살아갈 거야

 


처형 시작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약 10시간) 햇빛을 쐬게 해 주었다.

여전히 푸르딩딩하다.

 


 


낄낄

 


7년동안 수세미를 애지중지 키웠다.
물도 일주일에 한 번씩

신선한 정수물로 바꿔주었다.

 


연애시절 신랑이
3일동안 친척형들이랑 놀러를 가서 못 보게 되었을 때,
자기라고 생각하면서

키워달라하였던 마리.

 


수세미였던 것이 확인된 후

 


나 - 이거 얼마주고 샀었어?
신랑 - 기억은 안나는데 수세미 가격이었던거같앜ㅋㅋㅋㅋㅋ
낄낄낄낄

즐거운 저녁이었다 :D

수세ㅁ.. 아니 마리가 떠난 자리.
엉덩이 시릴까 봐 안경닦이 같은 것도 깔아주었는데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나의 7년을 보상받고자
큰 마리모를 사려다
포기했다.

 


그것조차 나중에 수세미란 것이 밝혀지면
속절없이 흐른 세월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잘가라 마리!

잘가라 나의 젊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