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그냥 2024. 1. 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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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쿤아?
잘지내고있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쿤아

 

누나 때문인거 같아.

 

누나가 4일부터 갑자기 몸살와서 아팠잖아.

그래서 병원에 가려했는데
오전진료가 끝나서 집에서 쉬었다가 오후진료 받으러 나갔잖아

그때 쿤이한테 옮긴거 같아.

우리 쿤이 할부지라 건강해야하는데...

누나가 생각없이 집에 갔네..

 

이제는 사진첩을 볼 수있어

사진을 보는데

우리쿤이 떠나기 얼마 전,
화장대 위에 있는 엄마 물컵에 물을

손으로 할짝할짝 먹고있더라고

맞아..진짜 얼마전이야 쿤아..

여전히 너무 귀여워서 계속봤던 그영상을

이제는 못틀겠어.

 

우리 쿤이 화장대로 올라갈 수도 있고

예쁘게 앉아서 손으로 컵에있는 물을 맛있게 먹었었는데..

 

누나가 형아한테도 아픈거 옮겨서

누나랑 형아가 7일날 집에 갔었잖아.

그때 쿤이를 보고 깜짝 놀랐어

쿤이가 그때부터 잘 못걸었거든..
엄마한테 물어보니 전날인 6일부터 잘 못움직인다 하더라구..

 

누나가 집에 많이 안가서 미안해..

우리쿤이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걸 눈치채지 못해서 미안해..

 

진짜 할아버지마냥 흔들흔들하면서 잘 못걸어서

누나는 그저

'우리 쿤이 할아버지 다됐네..'

했지만 여전히 내눈엔 예쁜 아기였어.

 

엄마랑 큰누나한테는 쿤이가 걷는 마지막 영상이 없을 수 있는데

누나한테는 있어.

그때 그게 마지막 영상일줄알았다면

앞모습으로 찍어둘껄..

 

그날 병원갔다와서 깜짝 놀랐잖아

우리 쿤이 침대 밑에 쓰러져있어서..
그래서

누나는 그때 잘못된줄알고

쿤아! 했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힘든 몸을 끌고 물마시러 갔었잖아..

기억나?
잠깐 일어나서 물마시러가는 그영상이 있어..

우리쿤이 물마실때 처다보면 싫어하니까
물먹는소리도 누나가 들었어

 

물마시고 돌아오는길에

침대까지 못올라가서 또 바닥에 쓰러지고..

그저 우리 쿤이가 이제는 진짜 할아버지가 됐구나했지

이렇게 빨리 떠날줄 몰랐어.

 

우리쿤이 그날 누나있을때 마셨던물이

마지막 물이라는게 너무 마음이 아파

더 많이 따라줄껄

조금 더 가까운데 놔줄껄..

 

다음날 8일에는 엄마랑 병원갔었잖아

물도 밥도못먹어서

우리 쿤이정말 잘못될까 수액맞고 왔잖아

...

누나는 수액맞고 왔으니

예전처럼 다시 밥도 잘먹고

물도 잘마시고 똥오줌도 잘 할줄 알았어..

 

엄마가 그날 가족회의를 하자 하시더라구..

슬펐어

이런 회의를 해야할 날이 다가왔다는게..

 

그날은 누나도 집에 돌아가기싫어서

정말 오랫만에 쿤이랑같이 잤잖아.

기억나?

그때 누나 손배고 계속 있었잖아..

우리 쿤이가 중간중간 에옹 했을때 마다

누나가 왜그래 쿤아 쿤아~괜찮아 괜찮아 코~자자
하면서 말 걸어줬잖아.

 

너무너무 바랬어 그날

제발 단 한번만

단 한마디만이라도

말을 해줬음 좋겠어서 너무 바랬어

원하는게 뭔질 듣고싶었어.

그렇게 해주고싶었으니까.

목이 마른건지

이동하고싶은건지

자세를 고치고 싶은건지

누나가 못알아 들어서 미안해.

 

우리 작고 따뜻하고 예쁜 쿤이가

내 손바닥 부드러운 머리를 대고 있었잖아..

머리로는 그날의 모든 일들이 생각이 나는데

감촉은 느껴지지 않아..

한번만 만지고 싶어 쿤아.

 

그때가 마지막 밤인줄 알았으면

누나는 잠을 안잤을텐데..

 

쿤이가 갑자기 못걷는것처럼

우리가족에게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제발 일주일만 더같이 있자했는데..

 

무엇이 그렇게 급했던거니?

누나가 아팠을때 집에와서 옮겨서 미웠던거니?

결혼하고서 집에 잘 가지않아 미웠던거니?

나를 원망하니?

날 원망하고 미워해도 좋으니

한번만 더 만나서

날 원망하고 미워한다고 말해줬음 좋겠어.

 

어디서 읽었는데

떠난 반려동물은 주인이 안미안해 했음 한데

우리 쿤이도 그래?

쿤이도 우리 만나고 즐거웠던 기억만 있으니까

우리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미안해하지말고

쿤이 만나고 즐거웠던 기억을 간직하고 살았으면 해?

말해줘 쿤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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